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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피하고 놓아야 누릴수 있는 것들

"와이프는 본인 사진을 잘 찍으려고 카메라의 렌즈를 바꾼게 아니냐고 한다. 휴대폰의 게임화면만 제대로 나와서 불만인 것이다"


여행을 갔으니 그곳에서만 할 수 있거나 구경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다니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고 머물면서 한자리에 늘어지게 있는 것도 그런 즐거움들 중 하나인 것 같다. 앉아있기 좋은 장소에서 멍하게 풍경을 눈에 담아대고 일상적인 대화를 하거나 운이 좋으면 싸구려 낚싯대를 사서 물에 담궈보는 등의 여유가 말이다. 어디인지 모를 길을 걷고 의자가 있으면 앉고 바람이 좋으니 평상에 눕는다. 그러기 전에 혹은, 그러고 난 후 내가, 우리가 그곳에서 그렇게 머물다 갔음을 남기는 사진들. 꽉 짜인 일정없이 떠나는 여행은 그렇게 많은 공백들을 만들어 내더라. 어릴때는 그저 모든 여행지가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였다. 이왕에 왔으니 재밌는 놀이기구들은 최대한 많이 타고봐야 하는... . 어쩌면, 요즘의 여행은 '많은 사람들'을 피하고 '서두름'을 놓기 위한 계획이 아닐까?


*. ISO 감도 조절에 공포를 느끼던 때는 위와 같은 분위기를 사진에 많이 남기고 싶었습니다. 훤하고 밝기만 한 이미지 보다 필요한 만큼의 빛이 만들어 내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특히, 찌뿌둥한 하늘과 젖은 아스팔트는 무조건 쨍한 날들과는 다른 상쾌함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런날의 분위기를 잘 담으려면 역시나 밝은 렌즈가 필요하겠더군요. 그런 이유로 새로운 렌즈를 구입하고 촬영한 첫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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