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찰나

반갑소 제주도 가서 말만 보다가 소도 봤다. 이렇게 많은 소를 한번에 본 건 처음이다. 닭 보듯, 닭 대하듯 우리를 받아들인다. 경계하지도 않고 화 내지도 않으면서 자기들 사이에서 귀찮게 사진을 찍어대는 우리를 받아 들여준다. 몸에 그려진 번호, 귀에 걸린 태그를 보니 좋다가도 슬프다. 더보기
역시 설악산 산을 오르기 전부터 설악산의 위용은 남달랐다. 더보기
집에서 나온 유물 더보기
시골 모처럼 시골의 하늘에 깔린 별들이 반가웠습니다. 그들을 자세히 보려고 빛을 피해 걸어봤지요. 시골길 구석구석까지 드문드문 서 있는 가로등과 비닐하우스 그리고 펜션들의 불빛에서 최대한 벗어날 수 있도록 용기내며 걸었습니다. 더욱 더 어두운 곳으로. 마침내 그곳에서 만난 반가운 빛들. 별빛들, 별똥별이 아주 잠시만 긋는 선들, 그리고 주위 수풀에서 조심하는 반딧불이의 수줍은 초록빛들. 용케 잘 지내고 있었구나. 반갑다, 풀들아, 벌레야, 자연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속 주인공이 된 심정으로 벅차게 자연에 젖었던 가을이었네요.플래시를 터뜨려 반딧불이의 본모습을 찍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깜짝 놀라 그놈에게 해가 갈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서 낮에 찍었던 사진들만 이곳에 올리게 되었네요. 더보기
부드럽게 흐르는 시간을 알리던 터프한 시계 PC의 바탕화면스러운 색상의 배합이다. 조명빨이 중요하다더니... . 역시 사진은 훤한 낮에 찍거나 노란 불빛 근처를 노려야 하나 보다. 하루 묵었던 펜션의 테라스에서 찍은 사진이다. 가을이 오고 있음이 느껴지던 쌀쌀한 8월말 충청도의 밤이다. 담담하게 흐르는 강과 골고루 울려대는 여러 벌레들 소리가 정겨웠고 여대생처럼 보이는 젊은 아가씨들 무리도 옆건물에서 그들만의 수다를 기운차게 밤하늘에 울려대었다. 쌀쌀했지만 시원했고, 시원하면서 상쾌했던 수풀들, 눈을 채우던 밤하늘과 코를 씻던 공기. 수년후에도 그때의 상쾌한 기운과 기분을 이 사진을 보면서 느낄수 있을까? 더보기
피하고 놓아야 누릴수 있는 것들 여행을 갔으니 그곳에서만 할 수 있거나 구경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다니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특별히 뭔가를 하지 않고 머물면서 한자리에 늘어지게 있는 것도 그런 즐거움들 중 하나인 것 같다. 앉아있기 좋은 장소에서 멍하게 풍경을 눈에 담아대고 일상적인 대화를 하거나 운이 좋으면 싸구려 낚싯대를 사서 물에 담궈보는 등의 여유가 말이다. 어디인지 모를 길을 걷고 의자가 있으면 앉고 바람이 좋으니 평상에 눕는다. 그러기 전에 혹은, 그러고 난 후 내가, 우리가 그곳에서 그렇게 머물다 갔음을 남기는 사진들. 꽉 짜인 일정없이 떠나는 여행은 그렇게 많은 공백들을 만들어 내더라. 어릴때는 그저 모든 여행지가 에버랜드나 롯데월드였다. 이왕에 왔으니 재밌는 놀이기구들은 최대한 많이 타고봐야 하는... . 어.. 더보기
잠시동안 몽환으로 이끌었던 찰나 바로 '여행'이라서 이사진 저사진에 이야기가 담긴다. 일이 있어 가는 출장지가 아니기에- 말그대로 '놀러', '쉬러' 가는 여행지이기에 넘쳐나는 여유들은 자꾸자꾸 '이야기'를 만든다. 늘 가까이 있었기에 고향 '부산'의 바다는 덤덤했다. 미안하긴 하지만 깨꼬롬한 제주의 바다가 더 정겹다. 화산섬은 늘 그렇게 깨끗한 이미지로 와 닿는다. 비에 축축하게 젖은 현무암과 그 구멍들 사이를 메꾼 흙에서 자라고 있는 초록 식물들만 떠오른다. 화산으로 만들어진 모든 섬에서는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 마저 덜 더러워 보인다. 아니, 이유가 있어 보인다. 그렇게 얼토당토 않은 감상도 '여유'가 만들어 내는 거겠지. 눈을 지나가는 모든 찰나들에 이야기가 실린다. 그것들은 내가 한장소에 길게 머물수 없는 이유를 만든다. 더 머.. 더보기
다시찾은 여유 안면도에 갔다. 갔던 곳에 또 갔다. 요즘 자주 그랬던 것처럼 바베큐를 즐기러 갔을 뿐인데 뜻밖의 경치를 득템했다. 다음날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던 보람이 있다. 신발을 넘어 들어오는 모래는 지난번보다 더 보드랍게 느껴졌다. 어쩌면 사람이 별로 없어서 일까? 경치들을 여유있게 눈에 담았다. 피부에 닿고 코에 들어오는 바람까지 느렸다. 자박자박 축축한 썰물때의 갯벌에는 수많은 게구멍이 눈을 어지럽혔고 게들은 활개 치고 있었다. 이 순진한 놈들은 손가락이나 발을 눈앞에 내리쳐도 놀라거나 도망가지 않았다. 덕분에 사람에게 밟혀 돌아가신 참 많은 이들의 사체가 눈에 또 한번 밟혔다. 곧 세팅될 바베큐를 사수하기 위해 아쉽게 그리고 조심히 발을 돌렸다. 내발에 파손된 그들의 사유재산과 돌아가.. 더보기
안녕? 나는 네가 참 반가운데 말이야... 이만큼 가까이서 말을 대한건 처음이다. 저녀석은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을 말이겠지만 말이다. 엄마는 동물의 덩치가 클수록 순하다고 했다. 그렇기에 갑작스레 손을 들이대지만 않는다면 큰 긴장없이 저녀석을 쓰다듬어 볼 수 있겠으나... 여느 시골의 소에게서 맡았던 향을 강하고 친근하게 풍기는 터에 다음 기회로 미룬다. 주위는 말과 넓은 들판 그리고 차에서 나오지 않는 와이프 뿐이다. 그래서 녀석의 호기심은 나에게 집중되고 있다. 묶여 있으면서도 도망갈 것처럼 저만치 물러가다가 돌아보기를 반복한다. 카메라의 셔터소리가 괜히 신경을 날카롭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전달하고픈 반가움. 그리고 녀석을 묶은 줄을 보며 느끼는 안타까움. 주인이 좋은 사람이길 바라며 좋은 표정으로 돌아선다. - 2014.4.3, .. 더보기